결혼을 왜 해야 할까 - 팀 켈러, 결혼을 말하다

결혼이 무엇이며 왜 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읽은 『팀 켈러, 결혼을 말하다』. 나에게 꼭 맞는 사람을 찾는 기대에서 서로를 책임지는 약속으로, 성경이 말하는 결혼의 의미를 생각해 본 기록.

kakaopress 발행 읽는 시간 약 5분

책 정보

팀 켈러, 결혼을 말하다 표지

팀 켈러, 결혼을 말하다

The Meaning of Marriage

저자
팀 켈러
옮긴이
최종훈
출판사
두란노

“나에게 맞는 사람을 묻다가, 나는 누군가를 어떻게 사랑할 사람인지 돌아보게 된다.”

한 줄 평

요즘 부쩍 결혼을 고민하는 청년들이 많아진 것 같다. 누구와 결혼할지에 앞서, 결혼을 꼭 해야 하는지부터 묻는다. 결혼이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에 대한 답도 저마다 다르다. 같은 단어를 쓰면서 서로 다른 삶을 떠올리는 셈이다.

그런 모습을 보며 기독교인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생각하게 된다. 세상의 분위기에 따라 판단하기에도, 그저 신앙이 있으니 결혼해야 한다고 말하기에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성경은 무엇을 말하는지 제대로 짚어 보고 싶었다.

『팀 켈러, 결혼을 말하다』가 반가웠던 이유다. 결혼관이 흔들리는 시대에 방향을 가늠할 수 있게 해 주는 책, 내게는 망망대해의 등대 같은 책이었다.

이 책의 장점은 신앙의 언어가 생활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데 있다. 뉴욕에서 목회한 켈러는 사람들이 결혼을 망설이는 이유와 사랑에 거는 기대를 구체적으로 다룬다. 익숙한 생각을 하나씩 꺼내 놓고, 그 생각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묻는다. 목회자의 현실 감각과 신학자의 날카로움이 함께 느껴진다.

초반에는 결혼 생활이 대체로 불행할 것이라는 예상, 먼저 함께 살아 보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등장한다. 켈러는 이런 생각을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여기서 내게 남는 것은 특정한 수치보다 질문하는 방식이다. 결혼에 대해 내가 확신하는 것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누군가의 좋지 않은 경험이나 자주 접한 이야기들이 어느새 결혼 전체에 대한 판단이 된 것은 아닐까.

물론 책에 등장하는 미국 사회의 조사와 사례를 지금 한국의 현실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다. 다만 익숙하게 들어 왔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생각을 믿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한다는 점은 유효하다.

그다음으로 마음에 걸리는 것은 ‘나에게 꼭 맞는 사람’에 대한 기대다. 서로 잘 맞는 배우자를 바라는 마음은 자연스럽다. 그런데 그 바람에 나를 완전히 이해해 주고, 행복하게 해 주고, 내 삶의 부족한 부분까지 채워 줘야 한다는 요구가 더해지면 어떨까.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기대가 된다.

45쪽에서 다루는 이야기가 날카롭게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대를 충분히 안다고 생각해도 함께 살아갈 시간을 미리 다 알 수는 없다. 나 역시 지금 모습 그대로 머물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결혼을 생각할 때는 잘 맞는지를 살피는 것과 함께, 서로의 낯선 모습을 만났을 때 어떻게 관계를 이어 갈지도 물어야 한다. 차이가 드러날 때마다 선택이 잘못됐다고 여긴다면, 어떤 만남에서도 안심하기 어려울 것이다.

켈러는 여기서 더 불편한 부분을 건드린다. 친밀함은 누리고 싶지만 내 자유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누군가와 삶을 나누면서도 내 시간과 욕구만큼은 온전히 내 것으로 남겨 두고 싶은 태도 말이다.

이 대목을 읽으면 결혼에 대한 질문이 꽤 구체적으로 바뀐다. 함께 산다는 것은 일정 하나를 정할 때도 다른 사람의 사정을 고려하는 일이다. 돈을 쓰는 방식이나 쉬는 시간, 앞으로의 계획에도 상대가 들어온다. 사랑한다는 말이 내 생활에 어느 정도의 자리를 내어 주는 말인지 생각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매우 실제적이다. 헌신이라는 말을 멋있게 남겨 두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것을 잠시 미루고, 상대의 필요를 살피고, 둘의 삶을 위해 선택을 바꾸는 자리까지 데려간다.

101쪽에서는 사랑을 바라보는 기준이 더 분명해진다. 성경은 상대에게 얼마나 많은 애정을 받고 싶은지만 묻지 않는다. 그 사람을 위해 내 시간과 감정, 재물을 얼마나 기꺼이 쓸 수 있는지도 묻는다.

사랑을 말할 때는 마음의 크기를 먼저 떠올리기 쉽다. 얼마나 보고 싶은지, 함께 있으면 얼마나 좋은지. 그런데 결혼 서약은 지금의 감정을 넘어 앞으로의 삶을 약속하는 일이다. 오늘처럼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날에도 상대를 소중히 대하겠다는 뜻이 그 안에 담긴다.

내게는 이 부분이 책의 중심에 가깝게 느껴진다. 결혼을 왜 해야 하는지 묻다가, 결국 나는 어떤 사랑을 하려는 사람인지 돌아보게 되기 때문이다. 상대에게 바라는 것을 정리하는 일보다 내 몫의 책임을 생각하는 일이 훨씬 어렵다.

그렇다고 켈러가 한쪽의 끝없는 희생을 결혼의 목표로 내세우는 것은 아니다. 59쪽에서는 자기 성취와 희생 가운데 하나만 고르는 구도를 벗어나, 서로를 위해 내어 주면서 함께 자라는 길을 말한다.

여기서 이 책의 기독교적 관점이 선명해진다. 배우자를 사랑하는 태도를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신을 내어 주신 사랑과 연결한다. 복음이 결혼을 이해하는 바탕이 되고, 가장 가까운 사람을 대하는 생활 속에서 그 믿음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좋게 읽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성경의 가르침을 결혼에 관한 좋은 말 몇 개로 덧붙이지 않는다.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왜 내 뜻을 내려놓기 어려운지까지 신앙의 관점에서 살펴보게 한다.

또 하나 반가운 것은 독신도 함께 다룬다는 점이다. 목차에는 “하나님과 하나 되는 싱글은 아름답다”라는 장이 있다. 결혼의 의미를 진지하게 설명하면서도, 결혼하지 않은 삶을 생각할 자리를 마련해 둔다.

그래서 이 책을 청년들에게 권하고 싶다는 마음은 결혼을 서두르게 하고 싶다는 뜻과는 다르다. 결혼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내가 사랑과 배우자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차분히 살펴보면 좋겠다. 누군가와 함께 읽는다면 서로 원하는 배우자상만 이야기하기보다 어떤 책임을 기꺼이 나눌 수 있을지 대화해 봐도 좋을 것이다.

처음에는 결혼이 무엇이며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기대했다. 읽으며 더 오래 생각하게 된 것은 나의 태도였다. 나를 이해해 줄 사람을 찾는 마음만큼, 나도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수고를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결혼을 고민하는 청년들이 많아지는 지금, 내게 이 책이 필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결혼을 향한 막연한 기대와 두려움을 조금 걷어 내고, 성경 앞에서 질문을 다시 시작하게 해 준다. 그 질문을 붙들고 나면 ‘누구를 만날까’라는 고민에도 이전과는 다른 무게가 실린다.

총평

좋았던 점

  • 결혼에 대한 익숙한 통념을 짚으며 그 밑에 깔린 기대까지 돌아보게 한다
  • 사랑과 헌신을 시간, 자유, 감정, 재물을 나누는 구체적인 문제로 다룬다
  • 복음과 결혼을 연결하면서 독신의 의미도 함께 살핀다

아쉬운 점

  • 미국 사회의 사례와 조사 결과는 한국의 현실과 구분해서 읽을 필요가 있다
  • 성경과 복음을 전제로 전개하므로 기독교 신앙에 익숙하지 않다면 거리감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분께 권합니다

  • 결혼을 왜 해야 하는지부터 다시 생각하고 싶은 기독교 청년
  • 연인과 사랑, 책임, 신앙에 관한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
  • 결혼과 독신을 성경의 관점에서 함께 살펴보고 싶은 사람

한 줄로 남기면

“나에게 맞는 사람을 묻다가, 나는 누군가를 어떻게 사랑할 사람인지 돌아보게 된다.”

자주 묻는 질문

결혼을 앞둔 사람에게만 필요한 책인가?
결혼 준비에 앞서 사랑과 관계에 대한 기대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독신을 다루는 장도 있어 결혼 여부를 고민하는 때에도 읽을 만하다.
실용적인 연애 조언을 담은 책인가?
상대를 고르는 요령보다 결혼의 의미와 서로를 책임지는 태도에 집중한다. 성경의 가르침을 일상의 선택과 연결한다는 점에서 실제적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관점은 무엇인가?
나를 행복하게 해 줄 배우자를 찾는 질문에서 내가 상대에게 무엇을 기꺼이 내어 줄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으로 옮겨 가게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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