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능력을 구하다가, 기도하는 나를 돌아보다
제시 펜 루이스의 『능력 있는 기도』를 읽으며 기도의 성실함과 응답을 기다리는 태도를 돌아봤다. 간구에 섞인 내 욕심을 살피되, 기다림을 믿음의 부족으로 단정하지 않으려는 독서 기록.
책 정보
“누군가를 위해 기도한다면서, 그 사람이 내 뜻대로 바뀌기만을 바라고 있지는 않았을까.”
『능력 있는 기도』라는 제목을 보면 먼저 응답을 떠올리게 된다. 오래 구해도 달라지지 않는 일이 있을 때는 더 그렇다. 내가 놓친 무언가가 있는 걸까. 더 간절해야 할까. 기도하는 방법부터 달라져야 할까.
이 책에서 내가 붙잡은 것은 그런 물음의 답보다 조금 불편한 질문이었다. 나는 무엇을 바꾸고 싶어서 기도하는가. 상황이 달라지기를 바라는 만큼, 내 뜻을 내려놓을 준비도 되어 있는가.
제시 펜 루이스의 권면을 따라가다 보면 시선이 자꾸 내 쪽으로 돌아온다. 처음에는 기도의 능력이 궁금했는데, 읽을수록 그 능력을 바라는 마음을 살피게 된다.
내가 먼저 멈춰 읽은 대목은 기도를 ‘사역’이라고 부르는 부분이다. 저자는 골로새서에 등장하는 에바브라의 기도를 통해, 기도에도 수고와 성실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감정이 북받칠 때 쏟아 놓는 말만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일이라는 뜻으로 다가왔다.
이 말을 읽으며 마음이 뜨거운 날과 아무 느낌도 없는 날을 생각했다. 눈물이 나면 제대로 기도한 것 같고, 말이 자꾸 끊기면 하나님과 멀어진 것처럼 느끼기 쉽다. 하지만 그날의 감정이 하나님과 나 사이의 거리를 재는 정확한 자일 수는 없다.
누군가를 돌보는 일도 비슷하다. 매번 애틋한 마음이 솟아서 안부를 묻는 것은 아니다. 같은 어려움을 다시 듣고, 당장 해 줄 말이 없어도 곁에 머무는 시간이 있다. 눈에 띄는 변화가 없어도 그 사람의 사정을 잊지 않는 것. 나는 기도의 성실함도 거기서 배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날에도 한 사람의 이름을 떠올리는 일에는 사랑의 수고가 들어 있다. 기도할 기분이 들 때까지 기다리다 보면, 정작 오래 기억해야 할 사람을 너무 쉽게 놓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을 읽는 내내 편안했던 것은 아니다. 응답을 가로막는 것이 내 안에 없는지 살피라는 대목에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조심스러워졌다.
책은 마음에 품은 죄와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태도를 돌아보라고 권한다. 특히 내가 원하는 변화가 하나님의 뜻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어도 계속 그것을 바라겠느냐는 질문이 오래 남았다.
이 질문 앞에서는 기도 제목의 문장부터 다시 보게 된다. 누군가를 위해 빈다고 하면서, 실은 그 사람이 내 기대대로 움직이기를 요구하고 있지는 않은가. 가족이나 동료를 떠올리면 쉽게 넘길 수 없는 물음이다. 상대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내 불편을 빨리 없애고 싶은 욕구가 섞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저 사람을 도와 달라’는 말 속에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게 해 달라’는 뜻이 숨어 있지는 않은지. 나는 이 둘을 얼마나 정직하게 구별할 수 있을까.
다만 자신을 살피라는 권면을 모든 기다림의 원인을 설명하는 말로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다.
오랫동안 가족을 위해 간구한 사람에게 믿음이 부족해서 응답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고통이 계속된다는 이유로 숨겨진 불순종부터 의심해도 될까. 그런 말은 이유를 알 수 없어 힘든 사람에게 또 하나의 짐을 얹는다.
바울에게서 가시가 떠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함께 떠올리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가 바라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자리에서도 은혜를 받을 수 있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는 사실만으로 그 사람의 신앙을 재단할 수는 없다.
내 욕심을 점검하는 일과 나를 끝없이 의심하는 일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이 책의 단호한 문장을 읽으면서도 그 차이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 성실하게 기도하는 법을 배우려다 매일 자신의 결함만 찾아내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믿음에 관한 권면도 같은 마음으로 읽었다.
“요컨대, 당신이 가진 믿음을 사용하라, 그러면 그 믿음이 커질 것이다.”
충분한 확신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는 마음을 건드리는 문장이다. 믿음이 더 커지면 용서하고, 흔들리지 않게 되면 순종하겠다고 미루는 동안 오늘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지나칠 수 있다. 내게 이 말은 지금 가진 신뢰만큼이라도 움직여 보라는 격려로 들렸다.
한편 겨자씨의 믿음과 땅에 떨어져 죽는 씨앗을 연결하는 설명은 구별해서 읽을 필요가 있다. 마태복음의 겨자씨와 요한복음의 밀알은 서로 다른 문맥에 놓여 있다. 두 이미지를 함께 묵상할 수는 있어도, 그 연결 자체를 성경 본문의 직접적인 뜻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으려 한다. 마음을 울리는 설명일수록 어디까지가 본문이고 어디부터가 저자의 적용인지 살펴보고 싶다.
‘자기 죽음’이라는 말도 내게는 그런 주의를 요구한다. 하나님 자리에 앉으려는 교만과 집착은 내려놓아야 한다. 그렇다고 자신의 인격이나 정당한 필요까지 없애야 하는 것은 아니다.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아무 말 하지 못하는 상태를 성숙한 신앙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내려놓음이 무엇인지 가늠할 때, 그것이 나를 더 정직하게 말하고 사랑하게 하는지 함께 묻고 싶다.
책에는 이렇게 단호하게 말하는 대목도 있다.
“다만 우리는 ‘기도하고’ 최선을 다할 뿐이다!”
나는 이 문장에서 기도와 최선이라는 두 말을 함께 붙잡고 싶었다. 하나님께 맡긴다는 고백 뒤에 내가 감당할 몫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기도 제목 옆에 내가 해야 할 일을 함께 적어 보면 어떨까. 화해를 구한다면 먼저 들어야 할 말은 무엇인지 적는 것이다. 공동체의 회복을 바란다면 내가 인정해야 할 잘못은 없는지 묻고, 누군가의 어려움이 해결되기를 빈다면 지금 건넬 수 있는 도움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아직 잘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실천은 아니다. 다만 이 책을 일상으로 가져온다면 여기서 시작하고 싶다. 입술로 드린 간구에 내 행동도 참여하게 하는 것. 누군가가 달라지기만을 기다리던 자리에서 내가 할 일을 찾는 것이다.
후반부의 영적 싸움에 관한 내용도 이와 연결해서 읽었다. 77쪽에서 저자는 십자가의 의미를 붙드는 데서 더 나아가, 죄가 삶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의지를 기울여 실천하라고 촉구한다. 페이지 위아래에 남은 파란 필기와 함께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 실천에 대한 강조다.
기도와 복음 전도를 영적 싸움으로 바라보는 관점은 사람의 말솜씨나 방법만 믿으려는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그러나 모든 반대와 실패를 영적 공격으로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공동체가 신뢰를 잃었다면 부정직한 운영이나 무책임한 말부터 살펴야 할 수도 있다.
잘못을 인정해야 하는 자리에 기도하자는 말만 남는다면, 필요한 사과와 수습은 계속 늦어진다. 책이 강조하는 진지함을 받아들인다면 그런 책임에도 더 성실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주기도문과 나란히 놓고 읽고 싶다. 주기도문에는 하나님의 나라와 뜻이 있고, 오늘 먹을 양식과 용서도 있다. 큰 사명과 평범한 하루의 필요가 한 기도 안에 담겨 있다. 특별한 일을 감당하는 순간뿐 아니라 식탁과 일터에서 살아가는 나도 그 기도 안에 있다.
『능력 있는 기도』는 간구가 느슨해졌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꽤 날카로운 자극을 줄 책이다. 그날의 기분에 신앙을 맡겨 온 사람에게도 생각할 거리가 있다. 다만 이미 자신을 심하게 책망하는 중이라면, 응답의 조건에 관한 문장을 은혜에 관한 말씀과 함께 읽었으면 한다.
내가 이 책에서 가져가고 싶은 것은 작은 믿음으로도 하나님께 나아가는 용기다. 원하는 것을 숨기지 않고 아뢰면서도, 내 뜻이 바뀔 가능성을 열어 두는 용기. 기다리는 동안에도 곁에 있는 사람을 돌보는 일을 미루지 않는 마음이다.
기도를 마친 뒤 누군가의 말을 조금 더 오래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 내 기대와 다르게 움직이는 사람에게 곧바로 실망하기 전에, 그 사람의 사정을 한 번 더 물을 수 있다면 좋겠다.
하나님께 큰 것을 구한 입술로 가까운 사람에게 어떤 말을 건네는지.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그 순간도 눈여겨보고 싶어졌다.
총평
좋았던 점
- 기도를 순간의 감정에 맡기지 않고 꾸준히 감당할 일로 바라보게 한다
- 간구에 섞인 욕심과 집착을 구체적으로 돌아보게 한다
- 십자가와 일상의 실천을 연결하며 기도 이후의 삶까지 묻는다
아쉬운 점
- 응답의 조건에 관한 강한 표현은 지친 독자에게 자책으로 다가올 수 있다
- 성경 본문의 의미와 저자의 묵상적 적용을 구별하며 읽을 필요가 있다
이런 분께 권합니다
- 기도가 그날의 기분에 따라 흔들린다고 느끼는 사람
- 누군가를 위해 꾸준히 간구하는 마음을 배우고 싶은 사람
- 신앙 서적의 권면을 자신의 관계와 행동에 비추어 읽고 싶은 사람
한 줄로 남기면
“누군가를 위해 기도한다면서, 그 사람이 내 뜻대로 바뀌기만을 바라고 있지는 않았을까.”
자주 묻는 질문
『능력 있는 기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무엇인가?
응답이 늦어지면 기도하는 사람의 믿음이 부족한 것일까?
이 책을 읽고 일상에서 무엇을 해 보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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