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하나님을 잊지 않고 살아가기 - 루박의 기도일기
프랭크 루박의 『기도일기』는 기도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책이 아니라, 이미 함께 계신 하나님을 매 순간 기억하며 살아가는 연습에 관한 책이다. 하루의 모든 순간을 기도의 영역으로 확대하는 그의 영적 실험을 따라가며 느낀 것들을 기록했다.
책 정보

“아침 기도가 끝나면 하나님과의 대화도 끝난다고 생각했던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알게 된 책.”
목차
루박의 기도책 같은 책이 또 있을까?
그는 하나님을 참으로 아는 사람이었다. 교제가 있는 사람이고,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함께 하시는 하나님,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 매 순간 은혜를 주시는 하나님을 루박은 안다. 이런 사람이 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으로나마 그런 영혼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축복이었다.
기도를 어떻게 하는지 묻지 않는 책
기도에 관한 책은 많다. 하지만 프랭크 루박의 《기도일기》는 다르다. 기도하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설명하지도, 응답받는 비결을 몇 가지 원칙으로 정리하지도 않는다. 대신 한 사람이 실제로 하나님과 하루를 살아보려고 애쓴 흔적을 그대로 보여준다. 누군가의 매우 사적인 영적 실험을 곁에서 지켜보는 기분이다.
프랭크 루박은 1884년생 미국 선교사다. 1915년 필리핀으로 건너가 교회와 신학교를 세웠고, 특히 민다나오의 모로족 가운데서 활동했다. 훗날 ‘Each One Teach One’이라는 방식으로 세계적인 문맹 퇴치 운동을 펼친 인물로 유명해진다. 한국어판 《프랭크 루박의 기도일기》는 배응준이 번역해 규장에서 2012년 출간했는데, 책의 중심은 루박이 1937년 상반기 약 6개월 동안 기록한 영적 일기다.
그 질문을 직접 실험해보다
이 사람에게서 정말 흥미로운 것은 엄청난 사회적 성취보다 그 성취 뒤에 있던 질문이다.
‘사람이 정말 하루 종일 하나님과 함께 살 수 있을까?’
루박은 이 질문을 좋은 신앙적 표현으로 남겨두지 않았다. 직접 실험해본다.
우리는 흔히 하나님과 동행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아침에 기도하고 성경을 읽은 뒤 직장에 나가면 몇 시간 동안 하나님을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일에 정신없고, 사람을 만나고, 인터넷을 보고, 걱정하다가 저녁 기도시간이 되면 다시 하나님을 찾는다. 나도 그런 날이 많다.
기도는 했는데 하나님과 함께 살았다고 말하기 어려운 하루가 많다.
루박은 바로 이 간격을 문제 삼는다. 한 시간 기도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일하고 걷고 사람을 만나고 편지를 쓰는 순간에도 의식적으로 하나님께 마음을 돌린다. 심지어 몇 분마다 자신의 생각이 어디에 머물러 있는지 점검한다.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한 고백 가운데 하나가 이것이다.
“매초마다 제게 임하소서!”
처음에는 과격하게 들렸다. 몇 초마다 하나님을 생각하면서 어떻게 일을 할 수 있나 싶었다. 집중해서 개발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복잡한 계산을 해야 할 때 계속 하나님을 의식한다면 오히려 방해가 되지 않을까?
책을 읽을수록 루박이 말하는 ‘의식’은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방에 있을 때를 생각하면 쉽다. 계속 상대방 얼굴을 바라보지는 않아도 그 사람이 함께 있다는 사실은 안다. 각자 다른 일을 하더라도 존재를 느낀다. 루박이 추구한 하나님과의 관계도 이런 방향에 가깝다.
기도를 계속 ‘말하는 것’에서 하나님 앞에 계속 ‘존재하는 것’으로 확장시키는 것이다.
내 마음을 채우는 것이 무엇인가
책 속 이 짧은 기도가 마음에 오래 남는다.
“하나님을 향한 생각으로 가득 채우소서!”
이 문장을 읽으며 나는 하루 동안 무엇으로 가득 차 있는지 생각해봤다.
해야 할 일, 돈, 건강, 사람에게 들은 말, 미래에 대한 걱정, 뉴스, 휴대전화….
기도하지 않는 시간이 곧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시간은 아니다.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생각한다. 문제는 무엇이 내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가다.
루박의 실험은 단순히 ‘기도를 많이 하자’는 권면보다 훨씬 날카롭다.
내 마음의 중심에는 실제로 누가 있는가?
이 질문을 던진다.
기도가 아니라 닮음을 원하는 것
또 하나 인상적인 문장이 있다.
“최대한 그리스도를 닮은 삶을 살아라.”
결국 루박이 원하는 것도 신비 체험 자체가 아니다. 하나님을 계속 의식하는 목적은 내가 특별한 영적 인물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리스도를 닮기 위해서다.
이 점이 중요하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는 표현은 위험하게 사용될 수 있다. 자신의 직감이나 욕망을 하나님의 계시처럼 말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는 상당히 조심해서 사용해야 하는 말이다.
성경과 명백히 충돌하는 생각을 하나님의 음성이라 할 수 없고, 개인적인 느낌이 다른 사람을 구속하는 권위가 되어서도 안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비판적으로 바라본 부분이 바로 여기였다. 루박은 자신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과 하나님의 인도를 상당히 친밀하게 연결한다. 그의 진솔함은 아름답지만, 이 방식을 그대로 일반화하면 어떤 독자는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하나님의 직접적인 계시처럼 받아들일 수도 있다.
개혁주의적 관점에서 보자면 분명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하나님의 객관적인 말씀인 성경이 먼저다. 성령께서는 우리를 인도하시지만 성령께서 영감하신 말씀과 모순되는 방식으로 인도하지 않으신다. 그래서 내면의 감동은 언제나 성경 앞에서 검증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루박을 쉽게 ‘신비주의자’라고 밀어내는 것은 아깝다. 정반대의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성경의 객관성을 강조하다가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교제를 잃어버릴 수 있다. 하나님에 관한 교리는 많이 아는데 하나님께 거의 말을 걸지 않는 신앙, 성경에 관한 지식은 많은데 하루 중 하나님을 거의 의식하지 않는 삶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루박이 바로 그 부분을 찌른다고 느꼈다.
로렌스 형제의 《하나님의 임재 연습》을 읽은 사람이라면 상당히 비슷한 향기를 느낄 것이다. 로렌스가 수도원의 부엌에서 접시를 닦으면서도 하나님을 사랑할 수 있다고 말했다면, 루박은 그것을 훨씬 적극적인 훈련으로 발전시킨다.
‘좋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몇 분이나 하나님을 잊지 않고 살 수 있는지 실제로 해보자.’
이 점에서 루박은 이상할 정도로 실험적이다. 성공한 날만 기록하지도 않는다. 집중하지 못하고 하나님을 잊어버린 순간도 인정하고 다시 시작한다. 그래서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
직접 해본 사소한 변화들
나는 이 책을 읽고 아주 단순한 것을 해봤다.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 시작하기 전에 잠깐 멈추고,
‘주님, 이 시간도 주님 앞에서 하겠습니다.’
라고 속으로 말해보는 것이다.
한두 시간이 지나 다른 일에 정신없이 빠져 있었다는 것을 깨달으면 다시 한번 그렇게 한다.
특별한 체험은 없었다. 갑자기 마음속에서 음성이 들린 것도 아니고 감정이 뜨거워진 것도 아니다.
그런데 사소한 변화가 있었다.
짜증이 날 때 한 번 더 멈추게 되고, 사람에게 날카롭게 말하려다가 생각하게 되고, 걱정이 길어질 때 ‘내가 지금 또 혼자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구나’라고 깨닫게 된다.
어쩌면 하나님의 임재를 의식한다는 것은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삶에 하나님을 새로 모셔오는 것이 아니다. 이미 함께 계신 하나님을 내가 자꾸 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기도의 양이 아니라 범위
이 책은 기도의 양보다 기도의 범위를 넓혀준다.
기도하는 시간이 하루의 일부가 아니라 하루 전체가 기도의 영역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아침의 30분 기도가 끝났다고 하나님과의 대화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운전도, 식사도, 회의도, 공부도, 산책도, 사람을 만나는 순간도 모두 하나님 앞에서 이루어진다.
이런 점에서 나는 이 책을 기도 방법론보다 ‘코람 데오(Coram Deo)‘를 삶으로 연습한 기록이라고 읽고 싶다.
하나님 앞에서 산다는 개혁주의의 오래된 표현과 루박의 임재 훈련은 신학적 언어는 다르지만 만나는 지점이 있다.
하나님은 예배당에만 계시지 않는다. 내가 하나님을 생각할 때만 가까이 오시는 분도 아니다.
문제는 하나님의 부재가 아니라 나의 망각이다.
책을 덮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것도 바로 그것이었다.
나는 하루에 얼마나 기도하는가보다,
하루 중 얼마나 자주 하나님을 잊어버리고 사는가.
균형을 잃지 않으려면
물론 루박의 모든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하나님의 음성’에 대한 그의 강한 주관적 표현은 반드시 성경이라는 객관적인 기준 아래에서 읽어야 한다. 그러나 성경의 객관성을 강조한다는 이유로 살아 계신 하나님과의 실제적인 교제까지 메마르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 점에서 이 책은 꽤 귀한 균형추가 된다.
기도가 막히는 사람, 정해진 기도시간에는 하나님을 찾지만 일상에서는 쉽게 잊어버리는 사람, 하나님과 동행한다는 말이 실제로 무엇인지 고민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특히 신앙생활을 오래 해서 웬만한 설교와 교리에는 익숙해졌는데 이상하게 하나님과의 관계가 멀게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볼 만하다.
이 책은 새로운 교리를 가르쳐주지 않는다.
대신 이미 알고 있던 아주 오래된 진리를 불편할 만큼 가까이 가져온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그리스도께서 정말 함께 계신다면,
나는 오늘 몇 번이나 그 사실을 기억하며 살았는가.
결국 루박의 기도일기는 하나님을 더 가까이 오시게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는 책이 아니다.
이미 가까이 계신 하나님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연습에 관한 책이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우면서도, 생각보다 훨씬 아름다운 기도라고 느꼈다.
총평
좋았던 점
- 기도를 머릿속 중얼거림에서 하루 전체의 존재의식으로 전환한다
- 실패를 숨기지 않는다 — 잊어버린 순간을 인정하고 다시 시작하는 솔직함이 위로가 된다
- 기도 시간의 길이보다 기도의 범위를 묻는다는 점이 예리하다
- 성경의 객관성과 하나님과의 인격적 교제의 균형을 찾도록 도와준다
아쉬운 점
- 주관적인 ‘하나님의 음성’ 표현이 강해서, 개인적 감정을 하나님의 뜻으로 착각할 여지가 있다
- 극단적 영성 추구처럼 읽힐 수 있어서, 신중한 읽기가 필요하다
이런 분께 권합니다
- 기도가 막히는 사람
- 신앙생활이 오래되었지만 하나님과 멀게 느껴지는 사람
-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하나님 밖에서만 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
한 줄로 남기면
“아침 기도가 끝나면 하나님과의 대화도 끝난다고 생각했던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알게 된 책.”
자주 묻는 질문
매초마다 하나님을 생각하면서 어떻게 일을 할 수 있나?
루박이 말하는 '기도의 범위'와 '코람데오'의 차이가 무엇인가?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절대적인 것을 버린 인간, 더 많은 신들을 만들다 - 프란시스 쉐퍼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 프란시스 쉐퍼
신을 버린 인간이 정말 자유로워졌는가. 아니면 더 많은 신들을 만들어낸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