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임재를 연습하라!
17세기 수도원 주방에서 태어난 로렌스 형제의 『하나님의 임재 연습』을 읽고, 컴퓨터를 켤 때마다 3초 멈추는 연습을 해본 기록. 감정이 아니라 태도가 바뀌는 지점과, 이 책이 자기감시로 변할 위험까지 함께 적었다.
책 정보
“임재 연습의 중심은 내 집중력이 아니라, 내가 하나님을 놓치는 순간에도 나를 놓치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현존이다.”
목차
한권의 책이 한 인생을 얼마나 크게 변화시켜 놓을 수 있을까? 한권의 책으로 인생이 변한 사람들을 여럿 보았다.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주는 한권의 책의 힘은 다이너마이트처럼 강력하다.
로렌스의 『하나님의 임재 연습』이란 책도 그런 책 중에 하나일 것이다. 나를 포함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서 하나님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였다. 책 속에서 죽은 하나님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지금도 살아계신 하나님, 그 하나님을 책을 통해서 만나고 책을 통해서 그러한 삶을 도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책은 두란노판, 윤종석 번역본으로 읽었다. 표지에 원제 The Practice of the Presence of God이 작게 얹혀 있고, 배경은 물결처럼 굽이치는 초록 들판 유화다. 표지부터가 이 책의 성격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성전이 아니라 들판이다.
감자를 깎던 사람이 남긴 말
로렌스 형제의 『하나님의 임재 연습』은 17세기 프랑스 맨발의 가르멜 수도회에서 나온 작은 책이다. 본명은 니콜라 에르망. 군인으로 살다가 부상을 입고 수도원에 들어갔다. 그리고 오랜 세월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그릇을 닦았다.
흥미로운 건 이 책이 그가 직접 집필한 저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조제프 드 보포르가 그의 대화와 편지, 영적 격언을 모아 엮었다. 그래서 조직적인 신학서와는 결이 다르다. 한 사람의 삶에서 건져 올린 짧은 증언집에 가깝다.
책을 펼치면 그 구성이 그대로 보인다. 앞부분은 “첫 번째 대화”, “네 번째 대화” 같은 제목이 붙은 대화 기록이고, 뒷부분은 “다섯 번째 편지”, “열한 번째 편지"로 이어지는 서간이다.
첫 번째 대화의 첫 문장이 “나는 오늘 로렌스 형제를 처음 만났다"이다. 저자가 로렌스 자신이 아니라 그를 만난 사람이라는 게 이 한 줄에 다 드러난다. 이어서 로렌스가 열여덟 살, 아직 세속에 있을 때 어느 겨울날 잎이 다 떨어진 나무 한 그루를 보았던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사실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이 책에는 논증이 거의 없다. 대신 “나는 이렇게 살았다"는 진술이 있다. 그래서 반박하기는 어렵고, 흉내 내기는 쉽다.
책의 주장은 딱 한 줄로 요약된다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예배당의 고요, 긴 기도, 특별한 종교적 감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감자를 깎고 냄비를 씻으며 사람들의 요구에 쫓기는 순간에도 하나님은 똑같이 가까이 계신다.
문제는 하나님의 부재가 아니다. 그분을 잊어버리는 인간의 산만함이다. 그래서 로렌스가 말하는 ‘연습’은 하나님을 불러오는 기술이 아니다. 이미 계신 하나님께 자꾸 마음을 돌리는 훈련이다.
이 구분이 생각보다 크다. 하나님을 불러와야 한다면 성공과 실패가 있다. 이미 계신 분께 마음을 돌리는 일이라면 실패는 없고 ‘돌아옴’만 있다.
148쪽의 이 문장 앞에서 한참 멈춰 있었다.
“설령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해도, 나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방바닥에서 티끌 하나만 주워 올릴 수 있어도 만족할 것이다.”
같은 쪽 본문에는 그가 지난 40년을 계속해서 하나님의 임재를 연습하며 보냈고, 그것을 “하나님과의 고요하고도 친밀한 대화의 삶"이라고 묘사했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40년이라는 숫자와 ‘티끌 하나’라는 크기가 한 쪽 안에 나란히 있는 게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우리는 신앙에도 자꾸 크기를 부여한다.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큰 희생을 감당하고, 감동적인 간증을 남겨야 의미 있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로렌스는 다르다. 사랑으로 티끌 하나를 줍는 일이, 자기 이름을 드러내려 거대한 사업을 벌이는 일보다 하나님께 더 아름다울 수 있다고 말한다.
마음에 오래 남은 문장들
각 장 첫머리에는 그 장을 압축한 인용문이 한 덩어리씩 놓여 있다. 책장을 넘기다가 그 문장 앞에서 자꾸 멈췄다.
네 번째 대화의 제목은 “하나님께 막힘없이 나아가려면"이다. 인용문은 이렇다.
“하나님께 나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그분께 나아가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그때그때 계속해 포기하는 작업이다.”
‘그때그때 계속해’라는 말이 핵심이라고 느꼈다. 한 번의 큰 결단으로 정리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본문에서도 로렌스의 자세를 “매우 개방적이고 대단히 열정적이었다"고 적어놓았는데, 그 열정이 향한 곳이 무언가를 더 하는 쪽이 아니라 계속 덜어내는 쪽이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편지 부분으로 넘어가면 어조가 좀 더 사적이다. ‘마음의 우선순위’라는 제목이 붙은 편지는 “사모님께"로 시작한다. 어떤 형제에게 편지를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무척 고심했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데, 이런 망설임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게 좋았다. 정리된 교훈집이었다면 잘려나갔을 대목이다.
“그 형제의 사랑 속에 이 세상이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마음에 하나님을 첫째로 여겨야만 합니다.”
열한 번째 편지 ‘친밀한 동행’은 “사랑하는 벗에게"로 시작한다. 하나님의 임재 안에 거하는 능력에 대해 설명해 보겠다고 하면서, 곧바로 “이 편지를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말라고 먼저 부탁해야겠네"라고 덧붙인다.
이 대목에서 좀 웃었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말라던 편지가 책이 되어 몇백 년째 읽히고 있다. 하지만 그 부탁 덕분에 이 글이 남을 것을 의식하고 쓴 문장이 아니라는 건 확실해진다. 자기 영성을 전시할 생각이 없는 사람의 말투다.
넘어졌다 일어나는 일을 반복했다
이 책에서 가장 나를 붙든 건 성공담이 아니라 실패에 대한 문장이었다.
다섯 번째 편지의 제목이 “넘어져도 계속되는 은혜의 여정"이고, 그 아래 놓인 문장은 이렇다.
“저는 계속해서 넘어졌다 일어나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40년을 임재 연습으로 살았다는 사람이 남긴 자기 평가가 이거다. 순조로웠다도 아니고, 점점 깊어졌다도 아니다. 넘어졌다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이 문장이 없었다면 이 책은 훨씬 부담스러운 책이 됐을 것 같다. 이 한 줄이 앞의 모든 권면을 명령에서 초대로 바꿔놓는다.
주방은 낭만적인 곳이 아니다
로렌스가 발견의 장소로 주방을 택한 게 아니라는 점도 마음에 남는다. 그는 그냥 그곳에 배치되었다. 그리고 처음에는 주방 일을 싫어했다고 한다.
주방은 침묵의 공간이 아니다. 주문은 한꺼번에 밀리고, 사람들은 재촉하고, 설거지는 끝없이 쌓인다. 그런데 그는 환경이 바뀌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소음을 제거해서 평화를 얻은 게 아니라, 소음 한가운데서 마음의 중심을 하나님께 내어드렸다.
이 대목이 지금 더 아프게 읽힌다. 우리는 수도원 주방보다 훨씬 많은 자극을 주머니에 넣고 산다. 몇 분의 침묵도 못 견뎌 휴대전화를 확인하면서 하나님이 침묵하신다고 불평한다. 하나님의 음성이 작아진 게 아니라 다른 소리들이 지나치게 커진 것인지도 모른다.
임재 연습은 자극을 하나 더 추가하는 일이 아니다. 분산된 주의력을 하나님께 돌려드리는 일이다.
그래도 남는 의문 두 가지
이 책을 무조건 추천하기 전에 짚고 싶은 게 있다.
첫째, 하나님을 늘 의식하려는 노력이 지나친 자기감시로 변할 수 있다. 모든 생각과 행동을 점검하다 보면 자유보다 죄책감이 커진다. 강박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나는 또 하나님을 잊었다"는 자책에 빠지기 쉽다.
둘째, 로렌스의 표현 가운데에는 하나님의 뜻에 대한 철저한 복종이 강조되어 현대 독자에게 수동적으로 들리는 부분이 있다. 불의한 환경을 견디는 것이 언제나 믿음은 아니다. 어떤 자리에서는 참고 순응하는 것보다 부당함을 말하고 그곳을 떠나는 것이 하나님의 뜻에 더 가까울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이렇게 읽기로 했다. ‘한순간도 하나님을 잊으면 안 된다’는 명령이 아니라, ‘잊을 때마다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초대로. 임재 연습의 중심은 인간의 완벽한 집중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변함없는 현존이다. 내가 하나님을 놓치는 순간에도 하나님은 나를 놓치지 않으신다. 이 은혜가 빠지면 임재 연습은 또 하나의 종교적 성과주의가 된다.
내가 실제로 해본 방식
책을 읽고 나서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대신 하루에 반드시 하는 행동 몇 가지를 ‘신호’로 정했다.
- 컴퓨터를 켤 때 — 전원 버튼 누르기 직전에 멈춤
- 식사를 시작할 때 — 수저를 들기 전에 멈춤
- 메시지를 보내기 전 — 전송 버튼 누르기 직전에 멈춤
멈춰서 하는 말은 하나다. “하나님, 지금도 여기 계시는구나.”
며칠 지나자 변화가 생겼다. 답답한 연락을 받았을 때 즉시 반응하지 않게 됐다. 귀찮은 일을 하면서도 ‘왜 나만 해야 하지?‘라는 불평에 완전히 끌려가지는 않았다.
현실은 그대로였다. 일은 줄지 않았고 사람도 바뀌지 않았다. 다만 이 현실을 혼자 감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조금 약해졌다. 내가 얻은 건 그것뿐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직접 해볼 사람을 위한 점검표다.
- 하루에 반드시 반복하는 행동 3개를 골랐는가
- 그 행동 ‘직전’에 멈추기로 정했는가 (사후가 아니라 사전)
- 문장은 한 줄로 정했는가 (길면 안 하게 된다)
- 잊었을 때 자책하지 않기로 미리 정했는가
- 감정이 안 생겨도 최소 일주일은 계속하기로 했는가
마지막 항목이 핵심이다. 첫 며칠의 허전함에서 대부분 그만두게 된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그리고 이 책이 안 맞는 사람
프랭크 루박의 『1분 게임』과 함께 읽으면 좋다. 루박도 하루의 매 순간 하나님을 의식하는 훈련을 제안하는데, 구체적인 실험과 기록을 통해 좀 더 현대적으로 접근한다.
헨리 나우웬의 책들이 상처와 외로움을 세밀하게 들여다본다면, 로렌스는 복잡한 분석을 오래 이어가지 않는다. 그냥 “지금 하나님께 돌아가라"고 말한다. 단순해서 부족해 보이지만, 바로 그 단순함 때문에 피할 핑계도 줄어든다.
| 이런 사람에게 권한다 | 이런 사람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
|---|---|
| 기도를 어려운 종교적 과제로 느끼는 사람 | 체계적인 신학 논증을 기대하는 사람 |
| 예배와 일상이 분리되어 있다고 느끼는 사람 | 고난의 사회적 원인 분석을 원하는 사람 |
| 반복되는 노동 속에서 의미를 잃은 사람 | 구체적인 실천 매뉴얼을 원하는 사람 |
결국 남는 질문
로렌스가 보여주는 거룩함은 세상을 떠나 특별한 장소로 가는 능력이 아니다. 지금 설거지하는 손, 지친 출근길, 서툰 인간관계와 반복되는 업무 안에서 하나님을 발견하는 능력이다. 삶이 너무 평범해서 하나님을 만날 수 없는 게 아니다. 어쩌면 바로 그 평범함이 하나님을 만나는 자리다.
이 작은 책을 덮고 나면 “하나님은 어디 계시는가?“보다 더 아픈 질문이 남는다.
“이미 여기 계신 하나님을 나는 얼마나 자주 잊고 사는가?”
그 질문을 조용히 되살린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영성 고전이라 불릴 만하다.
마치며
- 『하나님의 임재 연습』은 로렌스가 직접 쓴 책이 아니라, 그의 사후에 대화와 편지를 모아 엮은 증언집이다. 책 구성 자체가 ‘몇 번째 대화’, ‘몇 번째 편지’로 되어 있다.
- 핵심은 하나님을 불러오는 기술이 아니라, 이미 계신 하나님께 자꾸 마음을 돌리는 훈련이다.
- 나는 컴퓨터 켤 때·식사 전·메시지 전송 전, 세 지점에서 멈추는 방식으로 실천했고 감정이 아니라 태도가 바뀌었다.
- 이 책은 자기감시와 수동적 순응으로 오해될 위험이 있다. 명령이 아니라 초대로 읽어야 한다.
- 로렌스 자신이 “계속해서 넘어졌다 일어나는 일을 반복했습니다"라고 적었다. 임재 연습의 중심은 나의 집중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변함없는 현존이다.
총평
좋았던 점
- 감자를 깎고 그릇을 닦는 일상의 자리에서 하나님을 찾는 법을 말한다
- 로렌스 본인이 “계속해서 넘어졌다 일어나는 일을 반복했습니다"라고 적어, 권면이 명령이 아니라 초대로 읽힌다
- 대화와 편지를 엮은 짧은 책이라 오늘 바로 흉내 낼 수 있다
아쉬운 점
- 체계적인 신학 논증이 거의 없다. 대부분 “나는 이렇게 살았다"는 진술이다
- 하나님을 늘 의식하려는 노력이 자기감시로 변할 위험이 있다
- 하나님의 뜻에 대한 순종 강조가 부당한 환경에 대한 수동적 순응으로 읽힐 수 있다
이런 분께 권합니다
- 기도를 어려운 종교적 과제로 느끼는 사람
- 예배와 일상이 분리되어 있다고 느끼는 사람
- 반복되는 노동 속에서 의미를 잃은 사람
한 줄로 남기면
“임재 연습의 중심은 내 집중력이 아니라, 내가 하나님을 놓치는 순간에도 나를 놓치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현존이다.”
자주 묻는 질문
『하나님의 임재 연습』은 누가 쓴 책인가?
임재 연습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작하나?
아무 감정도 안 생기는데 계속해야 하나?
계속 하나님을 의식하려다 오히려 죄책감이 커지지 않나?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 있나?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먼저 섬기는 사람이 리더가 된다 - 서번트 리더십 원전
서번트 리더십 원전 · 로버트 K. 그린리프
따르는 사람의 수가 아니라, 곁에서 자란 사람의 키로 리더의 크기가 드러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