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그리고 목사직 - 이재철 목사의 일곱 가지 질문

이재철 목사님의 『목사, 그리고 목사직』을 읽고. 성공한 목회자가 아니라 신실한 목사로 남을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 던지는 울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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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목사, 그리고 목사직 표지

목사, 그리고 목사직

저자
이재철
출판사
홍성사
출간
2020
쪽수
296쪽
읽은 날
2026년 8월 21일

“성공한 목사가 되기 전에, 마지막까지 목사다운 목사로 남을 수 있는가.”

한 줄 평

목사, 그리고 목사직

목사를 가르치는 목사님, 목사들의 목사라고 불리는 이재철 목사님이 있다. 마지막 시무한 교회에서 깨끗하게 물러나 지리산 자락에 자리를 잡고 남은 인생을 설교로 헌신하고 있다. 그 분의 목사직에 대한 생각이 궁금했다.

책장 깊숙한 곳에 쌓여 있던 책을 꺼내 읽어봤다.

목사는 어떻게 평가되는가

《목사, 그리고 목사직》은 2020년 홍성사에서 출간한 296쪽 분량의 책이다. 흔히 떠올리는 목회학 교재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교회 성장 방법이나 설교법, 조직 운영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한평생 목사로 살아온 사람이 자신의 목회 인생을 뒤돌아보며 스스로와 후배들에게 던지는 질문에 가깝다.

이재철 목사님은 주님의교회를 개척했고, 제네바한인교회를 거쳐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를 섬긴 뒤 2018년 은퇴했다. 목회 현장을 떠난 뒤 던진 질문이라는 점 때문에 문장 하나하나에 무게가 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이것이었다. 우리는 목사를 너무 쉽게 ‘설교 잘하는 사람’으로만 평가해 온 것은 아닐까.

설교 영상 조회수가 높고, 교인이 많고, 책을 여러 권 쓰고, 대형 집회를 인도하면 성공한 목회자로 여겨진다. 반대로 수십 년 동안 작은 교회를 지키며 교인 몇십 명을 돌보는 사람은 거의 주목받지 못한다. 기업의 매출과 시장점유율을 보듯 교회도 출석 인원과 건물 크기로 목회를 판단하는 습관이 어느새 자리 잡았다.

이재철 목사님이 계속 건드리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목회는 성공을 증명하는 직업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부름에 응답하는 삶이라는 것.

일곱 가지 질문

책의 구성도 독특하다. 저자는 정답 일곱 개를 제시하지 않고 질문 일곱 개를 던진다. 흐름은 이렇다.

목사로 살아가는 이유. 출애굽기의 두 목회자 유형. 전도인의 정체성. 자발적인 고독. 인간에 대한 이해. 더 큰 목회를 향한 욕망. 그리고 하나님의 심판.

여기에 사모와 부목사, 평신도들이 보낸 실제 상담 사례들이 등장한다. 이 덕분에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흘러간다. 설교 표절이나 부교역자를 부당하게 대하는 문제처럼 한국 교회가 쉽게 공개하기 어려워했던 장면들도 나온다.

책에서 오래 남는 것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이런 질문들이다.

“나는 지금, 왜 목사로 살고 있는가?”

“나는 목사이기 이전에 전도인인가?”

“나는 얼마나 자발적으로 고독한가?”

“나는 하나님의 심판을 믿고 있는가?”

첫 번째와 마지막 질문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왜 목사가 되었는가를 묻는 질문은 소명에 관한 것이고, 하나님의 심판을 믿느냐는 질문은 책임에 관한 것이다. 결국 그 사이에 목사의 인생 전체가 들어 있다.

욕망을 분별하는 문제

처음에는 하나님을 사랑해서 시작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얼마든지 다른 것이 끼어들 수 있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 교회를 키우고 싶은 욕망, 유명해지고 싶은 갈망, 후배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욕구 같은 것들이다.

이런 마음은 처음부터 노골적인 탐욕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대부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라는 경건한 표현을 입고 찾아온다. 그래서 목회의 욕망은 세속적인 욕심보다 오히려 분별하기 어렵다.

교인이 늘어나기를 바라는 것이 잘못인가? 아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고 싶은 것도 좋은 소망이다. 문제는 어느 순간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내 교회가 커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구별하기 어려워진다는 데 있다.

이 부분에서 나는 상당히 불편했다. 그런데 좋은 신앙 서적은 읽는 사람을 항상 편안하게만 해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마음속에 감춰 둔 동기를 끄집어내는 책이 오래 남는다.

목회자가 아니어도 이 질문은 그대로 적용된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다. 봉사를 오래 하다 보면 봉사 자체보다 인정받는 자리가 중요해질 수 있다. 성경을 많이 알게 되면 진리를 사랑하기보다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안다는 사실을 즐기게 될 수도 있다. 심지어 설교하고 가르치는 일도 하나님을 높이는 행위와 자기 존재감을 확대하는 행동 사이에서 위태롭게 움직인다.

자발적 고독의 가치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주제는 ‘자발적 고독’이었다. 목사는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다. 상담하고, 설교하고, 회의를 하고, 끊임없이 누군가와 관계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사람을 제대로 섬기려면 사람에게서 물러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예수도 군중을 피해 한적한 곳으로 가셨다.

사람들의 박수만 계속 듣다 보면 자신이 누구인지 알기 어렵다. 반대로 하나님 앞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보다 하나님께서 나를 어떻게 보시는지가 중요해진다.

요즘은 이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 목회자도 유튜브 조회수와 구독자 숫자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대다. 예전에는 교회 안에서만 유명하면 됐지만 이제는 전국적인 브랜드가 될 수도 있다. 설교 제목과 썸네일, 조회수와 댓글까지 목회자의 자아를 끊임없이 자극한다.

그래서 21세기의 목사에게 고독은 단순히 산속 기도원에 들어가는 시간이 아니라 ‘평가받지 않는 자리에서 하나님 앞에 존재하는 능력’인지도 모른다.

책에 담지 못한 것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목사 개인의 인격과 자기 성찰을 강조하는 힘은 대단하지만, 목사직을 교회론적으로 조금 더 깊게 다뤘다면 어땠을까 싶다.

목회자의 타락을 개인의 영성 부족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도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집중되고 견제받지 않으면 무너질 가능성이 커진다.

개혁교회 전통에서 목회자는 본질적으로 독재자가 아니다. 말씀을 맡은 직분자이면서 장로들과 함께 교회를 섬기는 사람이다. 따라서 건강한 목회는 목사의 인격뿐 아니라 교회의 구조와 책임성, 치리와 공동체적 감독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리처드 백스터의 《참된 목자》를 함께 떠올리게 된다. 백스터도 목회자에게 먼저 자신을 살피라고 요구한다. 양 떼를 돌보기 전에 자기 영혼을 돌아보라는 것이다. 시대는 수백 년 차이가 나지만 두 책이 겨누는 곳은 놀랍도록 비슷하다.

다만 백스터가 신학적·교회론적인 목회자상을 촘촘하게 세운다면, 이재철 목사님은 한국 교회의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목사의 욕망과 인격을 직접 건드린다는 차이가 있다.

또 한 가지 생각하게 된 부분은 ‘목사이기 이전에 전도인인가’라는 질문이다. 복음을 전하려는 마음이 목회자의 근본적인 열정이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깊이 공감한다. 그러나 목사의 역할을 전도인의 정체성 하나로 지나치게 압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목사는 전도자이면서 동시에 말씀을 가르치는 교사이고, 상처 입은 사람을 돌보는 목자이며, 공동체의 질서를 지키는 감독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재철 목사님의 질문이 의미 있는 이유는 직함이 사명을 대신하기 쉬운 현실 때문이다. 목사가 되었으므로 목회하는 것이 아니라 복음에 붙잡혔기 때문에 목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마지막 질문이 던지는 의미

책을 덮고 나서 가장 오래 남았던 것은 마지막 질문이었다. “나는 하나님의 심판을 믿고 있는가?”

처음에는 다소 무서운 표현처럼 들렸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목회자에게 이보다 중요한 안전장치가 있을까 싶었다. 사람의 평가가 마지막 평가가 아니라는 믿음 말이다.

교인들이 모두 칭찬해도 하나님께서 아니라고 하실 수 있다. 반대로 세상에서 실패한 목회자로 보이더라도 하나님께 충성된 종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 사실을 정말 믿는다면 목회의 기준이 달라질 것이다.

숫자가 조금 덜 중요해지고, 명성이 조금 덜 중요해지고, 후임자에게 무엇을 남길지도 달라질 것이다. 무엇보다 목사는 교회의 주인이 아니라 잠시 맡아 섬기는 청지기라는 사실을 잊기 어려워진다.

이 책을 목회자에게만 권하고 싶지는 않다. 교회를 오래 다닌 사람, 목회자를 바라보는 기준이 혼란스러운 사람, 신학교에 가려고 고민하는 사람, 교회 지도자의 실패를 보며 실망한 사람에게도 읽어볼 만하다.

무엇보다 목회자를 평가하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도 같은 잣대를 적용해 볼 사람에게 특히 권하고 싶다.

결국 《목사, 그리고 목사직》은 목사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를 말하는 책이 아니다. 훨씬 더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성공한 목사가 되기 전에, 마지막까지 목사다운 목사로 남을 수 있는가.

나는 이 책의 가치를 바로 그 질문에서 찾는다. 목회란 사람 앞에서 거대한 일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작은 일이라도 끝까지 신실하게 감당하는 것일지 모른다. 어쩌면 한국 교회에 지금 필요한 사람도 탁월한 경영자나 유명한 설교자보다, 자신이 언젠가 하나님 앞에 서게 될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목사인지도 모르겠다.

총평

좋았던 점

  • 설교 잘하는 사람’이 아닌 소명에 응답하는 사람으로서의 목사상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 정답을 말하지 않고 질문으로 시작한다 — 7가지 질문이 읽는 사람마다 다르게 울린다
  • 목회자뿐 아니라 신앙생활을 오래 한 모든 사람의 마음 속 동기를 건드린다
  • 한국 교회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 설교 표절, 부교역자 부당 대우 같은 민감한 장면들도 담아낸다
  • 평신도 상담 사례들이 책을 현실적으로 만든다

아쉬운 점

  • 목사 개인의 영성 부족만으로 목회자의 타락을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다
  • 교회의 구조, 견제 시스템, 공동체적 감독 같은 제도적 측면은 덜 다룬다
  • 목사의 역할을 전도인의 정체성 하나로 지나치게 압축하는 면이 있다

이런 분께 권합니다

  • 목회자
  • 교회를 오래 다닌 사람
  • 신학교 진학을 고민하는 사람
  • 교회 지도자의 실패를 보며 신앙에 혼란을 느끼는 사람

한 줄로 남기면

“성공한 목사가 되기 전에, 마지막까지 목사다운 목사로 남을 수 있는가.”

자주 묻는 질문

이 책은 목회자 비판서인가?
목회자만을 겨냥한 책이 아니다. 목사의 욕망은 모든 신앙인의 마음 속에 있다. 자기 일의 동기를 성찰하려는 모든 사람이 읽어볼 만하다.
리처드 백스터의 『참된 목자』와는 어떻게 다른가?
백스터는 신학적·교회론적 목회자상을 촘촘하게 세운다면, 이재철 목사님은 한국 교회의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목사의 욕망과 인격을 직접 건드린다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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