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예배를 다니는가, 예수를 따르는가
옥한흠 목사의 『평신도를 깨운다』를 읽고 생각한 점. 신자와 제자의 구별, 제자도의 의미, 그리고 월요일 아침 실제 삶에서 드러나는 진짜 신앙에 대해.
책 정보
“성경 지식은 늘었지만 자신의 삶이 실제로 얼마나 변화했는지 의문이 드는 신앙에 묻는 책이다.”
목차
교회가 누구의 교회인가
옥한흠 목사의 『평신도를 깨운다』를 읽기 전, 저는 교회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한 적이 없었습니다. 목사님이 설교하고 신자들이 배우는 곳, 정도였습니다. 그러던 중 이 책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교회가 목회자들만의 교회가 되어 평신도를 무시한다면, 그 교회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단순한 목회 방법론이 아닙니다. 20세기 후반 한국 교회가 급속도로 성장하던 시대에 쓰인 신학서입니다. 옥한흠 목사는 사랑의교회를 개척하고 한국 교회 제자훈련 운동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입니다. 그가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날카롭습니다. “교회란 도대체 무엇인가? 평신도는 교회에서 어떤 존재인가?”
책 제목 자체가 도발적입니다. ‘평신도를 가르친다’가 아니라 ‘깨운다’고 합니다. 당시 한국 교회를 보며 느꼈던 문제의식이 반영된 표현입니다. 수많은 평신도가 자신의 소명을 충분히 자각하지 못한 채 예배에만 참석하고 설교를 듣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는 진단입니다.
신자와 제자를 구별하는 문제
신약성경을 읽으면 신자와 제자를 구별하는 것이 어색합니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곧 그분을 따르는 사람이 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상하게도 이 둘을 나눕니다. 예수를 믿으면 신자이고, 그중 특별히 헌신한 사람만 제자라고 생각합니다.
옥한흠이 제시한 성경적 중심은 에베소서 4장 11~12절입니다. 목회자의 사명은 “성도를 온전하게 하여 봉사의 일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목회자가 모든 일을 대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목회자는 선수, 평신도는 관중이라는 구분 자체가 흔들립니다.
나는 예수를 믿고 있는가라는 질문보다 “내가 예수를 따르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훨씬 부담스러웠습니다. 믿음은 마음속 신념처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따름’이라는 단어에는 방향과 행동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 가신 방향과 내가 살아가는 방향이 같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말씀의 적용이 강조되고 있는가
제자훈련의 핵심은 성경 지식을 많이 쌓는 것이 아닙니다. 궁극적으로는 한 인간의 인격과 가치관, 삶의 방향이 그리스도를 닮아가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성경을 많이 아는 사람, 교회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을 만드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신앙생활을 오래 하면서 느낀 부끄러움이 있습니다. 성경 지식이 쌓이고 신학적 판단도 빨라졌습니다. 어떤 설교가 좋은지 평가할 수 있고, 신학자의 주장에 의견을 말할 수도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것과 제가 실제로 예수를 닮아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사람과 갈등이 생겼을 때 이 사실이 드러납니다. 신학적 문장을 정확하게 말하는 것보다 제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을 참는 것이 훨씬 어렵습니다. 칭의를 설명하는 것보다 용서하는 것이 어렵고, 은혜를 정의하는 것보다 은혜를 베푸는 것이 어렵습니다. 제자훈련의 성패는 배운 복음이 내 성격과 관계, 선택 속으로 얼마나 깊이 들어왔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형식주의의 새로운 얼굴
그러나 책을 읽으며 의문도 생겼습니다. 제자훈련을 지나치게 체계화하면 그 자체가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변질될 위험은 없을까요?
이것은 역설입니다. 제자훈련을 강조하다 보면 ‘제자훈련 몇 년 차’, ‘어떤 과정을 수료했는가’가 새로운 신앙의 계급처럼 작동할 수 있습니다. 제자훈련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제자라는 증거가 되어버리면, 옥한흠이 처음 비판했던 형식주의가 다른 모습으로 되살아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훈련은 교재 중심이 아니었습니다. 함께 걷고, 먹고, 실패하고, 책망받는 삶 자체가 훈련이었습니다. 베드로는 강의를 다 들어서 사도가 된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실패했고 심지어 예수를 부인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께서는 그런 베드로를 다시 찾아가 “내 양을 먹이라"고 맡기셨습니다.
은혜의 위에 세워지는 훈련
오늘날 이 책을 제대로 계승하려면 옥한흠 목사의 제자훈련 ‘형식’을 복제하기보다 그가 붙잡았던 성경적 정신을 계승해야 합니다.
또 한 가지 보완할 점은 은혜와 훈련의 관계입니다. 제자훈련을 강하게 강조하다 보면 신앙이 자칫 자기계발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더 기도하고, 더 봉사하고, 더 훈련받아야 훌륭한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식입니다.
하지만 복음의 출발점은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기 위해 나를 개조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먼저 죄인을 부르셨다는 데 있습니다. 베드로가 예수를 선택하기 전에 예수께서 베드로를 부르셨습니다.
존 파이퍼나 J. I. 패커의 책들과 함께 읽으면 더욱 균형이 좋아집니다. 특히 패커의 『하나님을 아는 지식』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아신다"는 복음의 토대를 강조합니다. 『평신도를 깨운다』는 그 은혜를 받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습니다. 전자가 뿌리라면 후자는 열매입니다.
월요일 아침, 진짜 제자도가 드러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고 가장 실제적으로 적용하고 싶었던 것은 거창한 사역이 아니었습니다. ‘교회에서의 나’와 ‘평일의 나’를 분리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교회에서는 누구나 어느 정도 그리스도인처럼 행동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월요일입니다. 직장에서 부당한 이익을 거절할 수 있는가. 경쟁자를 대하는 태도가 다른가. 돈 앞에서의 선택이 달라졌는가. 가족과 의견이 충돌했을 때, 나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가. 그 순간 내가 정말 누구의 제자인지가 드러납니다.
이 책을 읽은 뒤 제자훈련을 ‘무엇을 더 해야 하는가’보다 ‘나는 누구를 닮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해하게 됐습니다. 이것은 작은 차이 같지만 꽤 중요합니다. 행위의 양을 늘리는 것은 어느 순간 지치지만, 사랑하는 대상을 닮아가는 것은 존재 전체의 방향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콘텐츠 시대의 역설
이 책이 출간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오히려 지금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 예배, 유튜브 설교, 신학 강의, 기독교 콘텐츠가 넘쳐납니다. 좋은 설교를 하루에도 몇 편씩 들을 수 있고 세계적인 신학자의 강의를 바로 볼 수도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우리는 기독교 역사상 가장 많은 신앙 콘텐츠를 소비하는 세대가 됐습니다. 하지만 콘텐츠 소비량과 제자도의 깊이는 반드시 비례하지 않습니다. 설교를 백 편 듣는 것보다 한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신학책 열 권을 읽는 것보다 한 사람을 용서하는 것이 더 깊은 영적 훈련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평신도를 깨운다』가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꽤 날카롭습니다.
“너는 교회를 다니고 있는가, 아니면 그리스도를 따르고 있는가?”
긴장 없는 신앙에 묻다
나는 이 책을 목회자에게만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오히려 오랫동안 교회를 다녀 신앙생활이 어느 정도 익숙해진 사람에게 권합니다. 교회생활에는 익숙하지만 처음 예수를 따르기로 했던 긴장과 설렘이 사라진 사람, 성경 지식은 늘었지만 자신의 삶이 실제로 얼마나 변화했는지 의문이 드는 사람에게 특히 좋은 책입니다.
『평신도를 깨운다』의 가장 큰 장점은 평신도의 가치를 높여줬다는 데만 있지 않습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교회를 다시 ‘제자들의 공동체’로 바라보게 만들었다는 데 있습니다.
교회의 힘은 건물의 크기나 출석 인원의 숫자에 있지 않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예배당에 들어오는가보다, 그 사람들이 세상으로 돌아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이 책을 덮고 남은 질문도 하나였습니다.
나는 얼마나 좋은 교인인가가 아니라, 정말 예수의 제자로 살아가고 있는가.
그 질문을 피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지금도 『평신도를 깨운다』를 읽을 가치가 있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총평
좋았던 점
- 신자와 제자를 구별하는 교회의 관행을 신학적으로 비판하고 성경의 관점을 되돌려준다
- 제자훈련이 교회 프로그램이 아니라 삶의 방식임을 보여준다
- 목회자의 역할을 ‘평신도를 돕는 자’가 아니라 ‘평신도를 제자로 세우는 자’로 재정의한다
- 에베소서 4장의 말씀을 통해 모든 성도의 사역을 강조한다
아쉬운 점
- 제자훈련을 지나치게 체계화하면 그것이 새로운 신앙의 계급으로 작동할 위험이 있다
- 은혜와 훈련의 관계를 더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이런 분께 권합니다
- 오랫동안 교회를 다녔지만 신앙의 긴장과 설렘을 잃어버린 사람
- 성경 지식은 많지만 삶의 변화가 없다고 느끼는 신자
- 교회와 신앙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모든 그리스도인
한 줄로 남기면
“성경 지식은 늘었지만 자신의 삶이 실제로 얼마나 변화했는지 의문이 드는 신앙에 묻는 책이다.”
자주 묻는 질문
이 책이 출간된 지 몇십 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읽을 가치가 있나?
목회자가 꼭 읽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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